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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췌장암 투병기-2 "두 달을 허비한 췌장암 발견"

삼토리 2017.10.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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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췌장암 투병기-2 "두 달을 허비한 췌장암 발견"



췌장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내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은 

2015년 9월이었다.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안 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과식을 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조심해서 식사를 하면 괜찮아지곤 했다.




그 얘기를 했더니 처가 내시경으로 유명한 

강남구 대치동의 ㅂ내과로 나를 데려갔다. 

동네 개인 병원이지만 하루 환자가 1백~2백 명에 이르는

 제법 크고 북적북적한 병원이었다. 

뭔지 모르게 신뢰가 갔다. 

위 내시경을 찍고 의사를 마주했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심하군요.” 

의사의 진단은 평소 건강진단 받을 때마다 많이 듣던 말이었다. 

“얼마나 치료하면 되죠?”라고 물었더니 

1~2달 정도 필요하단 답변이 돌아왔다.






안심을 하고 그렇게 두 달을 보냈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체했다가 풀렸다 하는 일이 4~5일 간격으로 반복됐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이전에 자주 다니던 대치동의 ㅈ내과, ㄷ내과였다. 

하지만 내가 들을 수 있는 얘기는 별로 없었다. 

의사들은 별다른 설명이 없었고, 

며칠분 약 처방을 해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결국 개인 병원 3곳을 돌았지만 

나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 달 동안 병세만 더욱 악화됐다. 답답한 일이다. 

어떻게 내과 전문의 3명 중 한명도 

췌장암을 의심하지 못했을까? 

능력이 모자라서였을까 성의가 부족했던 것일까? 

아무리 췌장암 진단이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의사 한명으로부터는 

췌장의 이상이 의심된다는 말이 나와야 

정상 아니었을까?





췌장암이 의심되면 피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면 된다. 

췌장암 표지자인 CA19-9 검사와 복부 CT 검사다. 

물론 확진을 위해서는 MRI. PET-CT를 찍고 

조직검사까지 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CA19-9와 CT 검사로 알 수 있다. 

동네 개인 병원이라도 췌장암이 의심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피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췌장암을 발견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피검사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초음파 검사로도 확인이 쉽지는 않다. 

위 뒤쪽에 숨어 있어 의사 중에서도 

웬만한 경험자가 아니면 종양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췌장암은 4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빨리 발견한 경우가 3기 정도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등이 아파 1년 동안 고생하면서도 

췌장암인지 몰랐던 경우도 있다. 

췌장이 등 쪽에 있기 때문에 종양이 등의 신경을 건드린 경우다. 

이를 모르고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 다니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안타까운 사례다.




마침 12월 한 달 동안 회사를 쉬는 

안식월이 예정돼 있었다. 

이번 기회에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삼성병원에 서둘러 예약을 했다. 


그리고 불과 1주일도 안돼 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사진으로 나타난 종양의 크기는 

3cm였고, CA19-9 수치는 120대. 

기준치인 37을 훨씬 넘어선 수치였다.

 

그러나 10일 뒤 아산병원으로 옮겨 시행한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피검사 결과 

종양 크기는 4cm, CA19-9 수치는 250대로 급등한 상태였다. 

불과 열흘 사이에 병세가 크게 악화됐다. 

의사는 나의 췌장암 병기가 3기 초 정도라고 했다.




자꾸 부질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암세포라는 게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덩치를 키워가다가 

우리 몸이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막판에 급격하게 커진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나의 췌장 종양도 막판 두 달 동안 급격히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 

3~4달 뒤 내가 췌장암 진단받은 사실을 

ㅂ내과에 가서 얘기했다. 

의사가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기에 

암 진단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곤 1~2달이 흘렀다. 

재수를 하던 둘째 아이가 체중이 많이 빠져서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그 의사는 사진을 찍어본 뒤 

간에 악성 종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 처는 1주일 동안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우리 부부는 

아이를 종합병원으로 데려가 각종 검사를 했다. 

그리고 피를 말리는 며칠이 흘렀다.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마주했다. 

ㅂ내과의 진단 결과를 알려줬다. 

그러나 그는 사진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할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진이라는 얘기다. 

다만 같은 의사로서 오진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강남 한복판에서 내시경 전문으로 유명한 내과 의원인데…. 

아마도 내 췌장암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던 

전력 때문에 최대한 위험한 쪽으로 진단을 내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우리 부부의 정신적, 

물질적 충격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무성의한 진료도 모자라

“아니면 말고” 식의 오진을 남발하다니…. 

더 이상 항의할 힘도 없어서 그냥 접고 말았다.





훌륭한 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개인 병원들이 

환자의 건강보다는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은 이렇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의사의 말을 무시하란 얘기가 아니다. 

좋은 의사를 찾아가는 일도 환자의 몫이다. 


특히 중병일수록 누구에게 진료받느냐가 중요하다. 

의사에게 믿고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 잘 하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의사는 절대 치료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 결과도 의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예후가 좋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때 내가 다녔던 

아산병원 종양내과는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이 

3~4분에 불과하다. 

의사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다. 

한국의 상황에서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부닥쳐야 하는 현실이다.



글_ 정남기<한겨레신문> 부국장 


필자 소개

정남기 부국장은 1990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2008년까지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를 두루 거쳤다. 그는 각 분야에 걸쳐 깊이 있고, 공정하며, 균형잡힌 기사를 작성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경제 담당 논설위원과 경제부장을 역임하면서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한겨레신문>의 자매지인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을 맡았고,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한겨레신문>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본 포스팅 내용의 일부는 KGC인삼공사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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